LERICI
바라보다
Interview 한정용
불 꺼진 가마 앞을 지나, 색색의 도편들이 어지러이 널린 연구실을 가로질러, 은행에나 있을 법한 밀폐문을 당겨 닫고 나서야, 뒤쫓아오는 소음들로부터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다. 이번 판매전에 나온 학생 작품 하나하나, 그 의도와 사용한 흙과 그 안에 담은 도전적인 시도,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까지 숨 가쁘게 소개한 뒤, 앳된 청년들처럼 담배 한 대 급히 태우고 연구실로 숨어들어온 참이다.  이곳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, 가정집이라 해도 좋을 한 면과, 학자의 비밀스러운 지하 실험실과, 익히 봄직한 공방스러운 작업실 세 면이 있다. 버르장머리 없지만, 실험 선반에 먼저 눈이 간다. 거기엔 전국 각지에서 잡아온 흙덩이들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고, 다양한 조성의 흙과 유약으로 구워낸 실험체가 잔뜩 채집되어 있다. 안쪽에 마련된 작업 공간에는 전동 물레와 막 돌려낸 사발들이 천천히 익어가는 중이다.  이리저리 킁킁거리며 비밀스러운 연구실을 돌아다니는 나와 달리, 두 사람은 어느새 전혀 다른 시간 속에 머물고 있다. 도공은 가만히 몸을 고정시키고 서서 절제된 손놀림으로 차를 개고, 인터뷰어는 그 앞에서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참선한다. 사발에 격불하는 소리가 마치 목탁 두드리듯 공기를 착착 다독여간다. 향긋한 내음이 방 안을 채운다.    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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